위시켓 회고
12월 ~ 08월 회고
그 간의 줄거리
12월에 처음 위시켓에 왔을 때, 나를 떠올리면 정말 스타트업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땐 패션 테러리스트 마냥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름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왜냐면 내가 하던 일 앞에는 형용사가 붙었다. ‘주어진’일.
주어진 일 안에서 내 책임만 다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회사의 영업, 계약, P&L, RoI 등은 하등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개발자니까 일정 내로 시스템 납품 완료해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이 회사에 입사할 때도 ‘시스템 납품을 잘하는 사람’, ‘SW로 고객 만족을 끌어내는 사람’, ‘이터레이션을 통해 만족을 개선하는 사람’으로 나를 어필 헀다.
그때 난 ERP 시스템에 대한 인사이트가 약간 있었고, 몇 개 프로젝트 경험으로 위시켓의 서비스에 기여하며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근데 막상 와보니 상황이 많이 달랐다. 아무것도 돼있는게 없었고, 그냥 무에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었다.(github도 없었음.) 그래서 처음엔 너무 적응이 안됐던게 내가 제안하고 내가 이끌어가야하는 상황도 꽤나 있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팀 전체가 내가 만든 무언가로 일한다는게? 일할 수도 있다는게?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었다. 난 일개 하꼬 한마디로 그냥 일반 평사원, 회사가 가이드 하는대로 움직여야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주님이 나한테 오죽허면 그냥 하고 싶은거 있으면 허락맡지 말고 그냥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내 스타트업 인생에서 가장 큰 좌우명이 됐다.
그렇게 SOM, Cfactory 두 난봉꾼을 차례로 만났다. 이때에도 ‘주어진’일 에서는 벗어나기 힘들었다. 홍주님은 스트레스를 좀 받으셨겠지만, 난 솔직히 거기엔 책임이 없고, 이 회사가 AI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는 보이는데, 너무 밑진장사를 했다고 생각했다.
홍주님도 어렵다는 걸 알았겠지만, 이런 난봉꾼들을 만나고 나니 나도 잃을게 없어졌다. 그리고, 그안에서 자연스럽게 홍주님이랑 싱크를 맞췄다. 그리고, 한국가구를 중호랑 진행하면서, 무언가 주도적으로 하기 위한 싹을 틔웠다. 고객사와 미팅을 준비하고, 개선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같이 고민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 안에서 다음 프로젝트 때에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초석도 깔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냥 한다. 후에 제안한다. 사람들이 쓰면 쓰는거고, 그게 구조화에 도움이 되면 되는거고, 아니면 아닌거다. 스타트업은 수 많은 기여가 눈치없이 쌓인다. 그 기여의 홍수 속에 다같이 구조화를 하고 시스템을 잡아 간다. 내 시야도 그렇게 조금씩 트여갔고, 적극성이 날로 늘었다.
그 후론, 막혀있던 수도꼭지에 물이 터지듯이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게 일이 됐든, 법인카드사용방식이 됐든 ㅋㅋ. 사실 일로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모르겠다. 내 사고, 내 방식 안에서 궁금한건 모두 물어봤고, 부딪혀야 뭐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고객사에 혼자 나가보겠다고 땡깡도 피웠다. 그리고 회사 비전과 End to End 비즈니스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해봤다.(잘하지는 못했다.) 현재, 나는 어디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 지 명확히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이게 매우 즐겁고, 뜻 깊기도 하다.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에서 ‘밝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돼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 단에서 홍주님이 이게 비즈니스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게 되는 길이라는걸 증명했다. 그럼에도 이 길에는 밝혀내야 할 사이트들이 많다.
지금은 단지 이게 길이기는 하다! 정도라는 것, 그리고 AI라는 엄청난 시대흐름 속에 있다는것 두 가지만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나와 동료들의 발걸음이 우리가 밝혀야할 지도의 한 영역이 되는 것이 즐겁다. 그게 막다른 길이어도 막다르다는 걸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이 조직이 믿음직스럽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다. 더 많은 것을 찾아내고 싶고, 알아내고 싶고, 기여하고 싶고, 여느 때처럼 책임을 다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면, 용길님, 대표님이 그 밝혀진 땅 위에 어떤 테크를 탈건지 빌드한다. 그리곤 또 다시 어떤 길을 밝혀내야할지 미션을 준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토대 위에 공감하고 있단 사실을 알고 있다. IT업계로 들어온지 3년만에 비전이 싱크된 조직안에 있다는 것, 그자체로 즐겁다.
꺾인 성장
처음에 이 조직에 들어왔을 때의 허둥지둥함. 불안함. 그런 것들을 뚫고 고속성장을 했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내 개발에 녹여냈다.
내 컴퓨터를 진짜 AI에 맞게 세팅하기 위해 많은 소스들을 고민했고,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나날이 지나갔다.
그 와중에 클로드, 코덱스 모델이 성장한 것도 큰 몫을 해줬다. 결과물이 정~말 좋아졌다.
그리고, 그 힘 덕에 고객사와 소통도 너무 잘됐고 또 내가 뭔가 나름대로 보고도 잘했다. 걍 이것저것 문제사항들 집고 그런 것들을 내 청사진 속에서 풀어나간 걸 보여주면 되니까. 그래서 내 역량이 J커브를 그리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성장에 관대하지 않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나는 그냥 AI로 개발하는 SI직원이 돼있었고, 더 큰 문제는 그런 내 자신이 만족스러웠다..ㅠ ㅋㅋ
회사에서 말하는 Reshape이라는게 너무너무 어려웠다. 내가 DX로 여기 업무개선 해주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실행해서 업무효율을 높여주는 것. 즉 loss를 줄이는 것은 실력이 느는데, 결국 고객사의 Profit을 어떻게 늘릴거며, 고객사 조직을 어떻게 내가 만든 이 프로젝트들로 AX할지 제안하고, 설득하고, 또 체화 시키는 것. 그게 너무너무 어렵고 막연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외면한채 열심히 똘똘한 시스템 하나 잘 납품해보자로 내 목표가 자연스럽게 하향조정 됐고, 그 목표마저도 버겁다는 것. 이게 요즘 가장 큰 손실이다.
6, 7, 8월 워크샵의 의의
뭐 크게 다른 건 아무것도 모르겠다. 바뀐 것도 잘 모르겠고, 솔직히 실망도 없진 않다. 그냥 뭐랄까? 명칭 좀 바뀌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정도?
FDE면접보는 방식도 그냥 대표님이 리소스가 부족해서 그냥 FDE 한명, 용길님 혹은 영훈님이 같이 들어간다고 한다.
뭐 이런 의사결정이 사실 납득은 잘 안된다.
그나저나 뭐 그게 원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좋긴했다.
8월 워크샵때는 그간 내가 어렵게 느끼던 고민에 대한 약간의 답을 찾았다.
내가 꺾인 성장에서 말한 고객사를 어떻게 AX할 것이고, 그게 너무 큰 벽으로 다가왔었는데, 영훈님이 너무 거창한 미션을 가져가지 않는게 좋다고 했다. 이미 그들은 그들이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한테 당장가서 니네 이거 일 이렇게 바꿔라? 그거 안먹힌다. 그 사람들이 평생을 가져가던 미션을 처음 보는 회사에서 와서 AX한답시고 레거시취급하면서 버리라니까 얼마나 속이 안좋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고객사와 관계 쌓아가고, 고객사 실무진들, 경영진들이 마음에 들어할만한 변화 한가지씩 천천히 보여주고 적용해준다. 그것들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계약을 이어나가고 그 회사가 AX로 효율적인 전환이 돼가는것. 그 속에서 한계를 느끼고, 안될 조직이다 판단하면 우리도 엑싵하면 그만. 되는 조직이고, 같이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그럼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면 되는 것.
그 말들이 내가 가렵게 느끼는 부분, 내가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을 긁어줬다. 현재 GJ, CNTV 1차 계약 건 수행 중인데, 부담없이 AI로 짧게 기간 끊어서 그들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DX하고, 그걸로 고객사에 1차적인 도움을 준다.(AI쓰는 SI라고 낙심하지말자!) 그리고 또 한단계 제안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 나도 조직 AX에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스텝 안에서 또 성장하겠지. 일단 가본다!